2016년 9월 11일 주일

김동욱 1 5,895 2016.09.11 09:17

쌍둥이 빌딩이라고 불렸던 World Trade Center에 대한 테러 공격이 있은 지 만 15년이 되는 날이다. 2001년 9월 11일 그 시간, 난 맨해튼 32nd Street & Park Avenue에 있던 Citi Bank에 다녀오던 길이었다. 인터넷 뱅킹이 생기기 전이었다. ATM에 가서 Transaction Record를 뽑는(인쇄해 오는) 일이 매일 아침의 첫 일과였다. 5th Avenue에서 횡단 보도를 건너려고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고 있었다. 왼쪽(동쪽)을 바라보니 연기가 치솟고 있었다. 불 났나보네? 비행기가 건물에 부딪힌 것을, 그것이 테러였다는 것을 알게된 것은 얼마 쯤 시간이 지난 다음이었다. KBS 월드넷의 통신원이었을 때였다. CNN 웹싸이트를 모니터링하면서 한국에 속보를 전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대구에서 목회를 하고 계시는 박강흠 님(테네시주에 유학을 와 계셨다)과 함께 미국의 소식을 KBS 월드넷 싸이트에 올렸다. 영국의 김종연 님, 독일의 최수현 님도 수고가 많으셨다. 그 날, 우리 회사는 40 피트 콘테이너의 하역 작업을 하는 날이었다. 엄청난 긴장 속에서 보낸 하루였었다.

 

오랫만에 포도주를 마셨다. 성찬식이 있었다. 쥬스 대신 포도주를 사용했다. 성찬식에 사용하는 아주 작은 잔에 들어 있는 포도주였는데, 느낌이 달랐다. 

Comments

김동욱 2016.09.11 09:31
2001년 9월 17일에 "KBS 월드넷" 싸이트에 올렸던 글이다.

John !

먼저 내 소개를 해야 하겠구나 !
아저씬 KOREA에서 지난 92년 봄 뉴욕으로 건너 왔단다.
너보다는 훨씬 나이가 많은 두 딸과 아들이 하나 있지.

지난 금요일, 회사의 일로 은행엘 다녀 오는 길에 전봇대에 붙혀져 있는 네 사진을 보았단다.
너에게는 할아버지나 될 법한 연세가 제법 많으신 분의 사진도 붙어 있었고, 또 너에게 이 글을 쓰고 있는 아저씨의 애들과 비슷한 또래의 청년의 사진도 붙어 있었단다.
네 사진을 바라 보는 순간 갑자기 눈물이 솟구쳐 나왔었다.

난,
네가 누구인지,
어디서 살던 아이였는지,
공부는 잘 했는지,
친구들과의 사이는 어떠했는지,
아빠 엄마의 말씀은 잘 들으며 생활 했었는지,
아저씨처럼 Yankees를 좋아 하는지 아니면 Mets를 좋아 하는지,
전혀 모른다.
너를 단 한번도 본 적도, 만난 적도 없으니까 …

John !

네 사진을 보면서, 네 엄마와 아빠를 생각해 보았다.
그 전단을 만들기 위해서 네 사진을 찾으시면서,
그 전단의 제작을 의뢰하러 인쇄소에 가시면서,
인쇄소에서 전단의 제작을 의뢰하시면서 …
그 전단들 한장 한장을 맨하탄 시내의 골목 골목에 서 있는 전봇대에 붙이시면서 …
네 부모님들의 심정이 어떠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아저씨가 일하는 곳과 참사 현장과는 30블럭 이상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다행히 아저씨는 참화를 피할 수 있었고, 너에게 이 편지를 쓸 수가 있지만 …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어느 곳에서도 …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가 없단다.
뱃속이 울렁 거리고,
때로는 어지럽기도 하고 …
직접적인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은 아저씨의 마음이 이러할진대,
네가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조차 모르고 계시는 네 부모님들,
가족들,
친척들,
그리고 너와 같이 뛰놀던 네 친구들의 마음이 얼마나 쓰리고 아프겠니 ?

John !

어딘가 살아 있었으면 하고 바래 본다.
그것이 부질없는 생각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렇게 우겨라도 보고 싶다.

John !

바깥 기온이 제법 차가운데 춥지는 않니 ?
벌써 엿새 째인데 그동안 아무 것도 먹지도 못하고 마시지도 못했을 텐데 …

John !

제발 살아 있어 다오.
네가 좋아하는 소방 대원 아저씨들이,
네가 살던 미국의 각처에서 몰려 온 아저씨들이,
너를 찾으려고 밤을 새워가며 일하고 계시단다.

John !

아저씨들이 너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니 ?

John !

“아저씨 !
저 여기 있어요.
여기요 !
여기 !” 라고 소리쳐 주지 않겠니 ?

“John을 구출했습니다.
12살 난 어린 소년입니다.
약간 부상을 입기는 했지만, 생명에는 전혀 이상이 없습니다.” 하는 뉴우스를 들을 수 있었으면 얼마나 기쁘겠니 ?

주후 2001년 9월 16일 아침에

우연히 네 이름을 알게 된 아저씨가 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50 2016년 10월 8일 토요일 김동욱 2016.10.08 4797
49 2016년 10월 7일 금요일 김동욱 2016.10.07 4603
48 2016년 10월 6일 목요일 김동욱 2016.10.06 4625
47 2016년 10월 5일 수요일 김동욱 2016.10.05 4675
46 2016년 10월 4일 화요일 김동욱 2016.10.04 4380
45 2016년 10월 3일 월요일 댓글+1 김동욱 2016.10.03 4900
44 2016년 10월 2일 주일 김동욱 2016.10.02 4779
43 2016년 10월 1일 토요일 댓글+3 김동욱 2016.10.01 5468
42 2016년 9월 30일 금요일 김동욱 2016.09.30 4995
41 2016년 9월 29일 목요일 김동욱 2016.09.29 4788
40 2016년 9월 28일 수요일 김동욱 2016.09.28 4517
39 2016년 9월 27일 화요일 김동욱 2016.09.27 4605
38 2016년 9월 26일 월요일 댓글+2 김동욱 2016.09.26 5446
37 2016년 9월 25일 주일 김동욱 2016.09.25 5280
36 2016년 9월 24일 토요일 댓글+1 김동욱 2016.09.24 5167
35 2016년 9월 23일 금요일 김동욱 2016.09.23 7008
34 2016년 9월 22일 목요일 김동욱 2016.09.22 5785
33 2016년 9월 21일 수요일 김동욱 2016.09.21 5211
32 2016년 9월 20일 화요일 김동욱 2016.09.20 5209
31 2016년 9월 19일 월요일 김동욱 2016.09.19 5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