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어나 전화기를 쳐다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른 아침에 일을 나가시는 분께 조심 운전 하시라고 메시지를 보내 드릴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결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COVID-19으로 인한 'STAY HOME'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많은 걱정들이 이어지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써비스 업종이 멈추어 섰을 때는 불편을 감수하며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생산 시설이 멈추어 서면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 된다. 화장지와 세정제를 구하기 힘든 것처럼, 식료품을 구하기가 힘들어진 상황을 상상해 보라! 이 상황이 길어지면 트럼프 대통령이 "중대 결정"을 해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난 결정과 포기가 빠른 편이다. 뭔가를 결정해야 할 때,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즉석에서 한다. 기독교인으로서, 목사로서 아주 나쁜 버릇이다. 기도하고 결정을 하는 게 아니라 결정을 해놓고 기도한다. 지킬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들면, 가차 없이 버린다. 버리는 데, 아니 버리기로(끊기로) 결정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이 하나 있다. 관계를 정리할 때이다. 누군가와의 관계를 정리할 때는 많이 생각하고, 많이 고민하고, 많이 망설인다. 그런 후에, 정리하기로, 끊기로 결심하면, 그 순간부터는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미운 마음 마저도 남아 있지 않다. 그냥 덤덤한 상태가 되어 있다.
COVID-19로 인하여 집 안에 머물기 시작한 지가 제법 됐다. 매일 외출하고, 매일 외식하고, 매일 사람을 만나고... 그랬던 내가, 밖에 나가지 못해도, 외식을 하지 못해도, 사람을 만나지 못해도, 별다른 감정의 변화도 겪지 않고 잘 지낸다. 복음뉴스에 시덥지 않은 기사(들)를 작성해서 올리고, 카톡으로 인사 나누고,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스토리로 소통하고, 책장 넘기고... 매사에 잘 적응하고, 굉장히 flexible한 편인데, 움쩍도 하지 않을 때가 있다. '아닌 것'과는 타협을 하지 못한다.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밖에도 못 나가고, 할 일이 없어서 그러는지 요사이 '퍼 나르는' 사람들의 숫자가 부쩍 늘었다. 카톡으로 들어오고, 들어오고, 또 들어오는 같은 메시지들... 그럴 시간들에 성경을 읽거나, 책을 읽거나, 다른 사람들 귀찮게 말고 잠이나 자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