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의 생일이다. 아이들과 평안동 양옥집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제법 오랫만에 그곳에 갔다. 한동안 맛있게 먹었던 음식들인데, 예전처럼 맛있게 느껴지질 않는다. 음식의 맛이 달라진 게 아니라, 내 입이 변한 것이다. 아니, 내 입이 변한 게 아니라, 익숙한 맛이 아닌 새로운 맛을 원하는 것이다.
입은 새로운 것을 원해도, 마음은 그래서는 안된다. 오랫동안 정을 나누어 온 사람들과 평생을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 관계라고 하는 것이 때로는 삐거덕 거릴 때도 있지만, 다시 있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소원했던 관계는 복원되어야 한다.
부모가 되어 가장 행복할 때가 언제일까? 결혼한 아이들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바라볼 때일 것 같다. 나에게는 그렇다. 오늘도 그런 행복에 푹 젖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