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밤에 잠자리에 들면서 약을 더블로 복용했었다. "멍청한 짓"이라고 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약을 수도 없이 복용해 온 - 오른 팔 때문이었다 - 나는 약에 강한 내성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복용하는 정도의 약을 먹으면, 아무런 효험이 없다. '간에 기별도 안간다.' 서울에 있을 때 단골 약국의 약사는 "형은 다른 사람의 배를 드셔야 듣는다"고 하셨었다. 어쨌던, 약을 곱배기로 먹은 탓에, 약에 취해 잠을 잘 잤다. 감기 기운은 여전히 있지만, 잠을 푹 잘 수 있어서 참 감사했다. 우리 가족 모두가 애용하던 약국이 생각난다. 관악구 봉천본동(산 101번지)에 있던 '설' 약국이었다. 약 봉투에 언제나 "큰 형"이라고 적어 주셨었다. 생존해 계신다면 지금쯤 90세가 가까이 되셨거나 약간 넘으셨을 것 같다. 그 분께서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종종 외상으로 약을 지어 주시곤 하셨다. 외상으로 약을 지어 주셨으면, 기록을 해야 할텐데 전혀 기록을 하지 않으셨다. "적어 놓아도, 안 갚을 사람은 안 갚고, 안 적어 놓아도, 갚을 사람은 갚아요" 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 난다. [오전 9시 42분]
귀한 만남을 가졌다. 나눈 이야기들에, 기도한 일들에, 마음 속에 작정한 일들에, 하나님의 도우심과 인도하심이 함께 하시리라 믿는다. 움켜 쥐려고 해도 그 분께서 빼앗아 가시면 지킬 수가 없다. 다 버렸는 데도 그 분께서 도로 찾아 주시면, 여전히 내 것으로 남아 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체득한 것이 있다.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일은 단 한 가지도 없고, 내 마음대로 소유할 수 있는 것도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오후 9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