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처럼 무서운 건 없다

김동욱 0 1,815 2016.09.23 22:44

결혼을 결심하고 나에게 주례를 부탁하는 젊은 남녀에게 “앞으로 50년 동안 꾸준하게 사랑할 수 있겠느냐”고 묻습니다.

물론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이 “예” 입니다.

그러나 50년이라는 긴 세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변함없이 사랑하며 건강하게 사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중국 송대의 대학자 주희가 어느 해의 가을을 맞아 이렇게 읊었습니다.

 

젊은이 늙기 쉽고 학문 대성하기 어려우니

일분일초도 가볍게 여기지 말라

연못가의 봄풀은 아직도 꿈속인데

계단 앞 오동나무 잎에는 가을바람 분다.

 

세월은 계곡을 흐르는 물 같고 시위를 떠난 화살같이

빨리 달려갑니다.

세월 앞에 힘 센 사람이 누구입니까?

70년 전에 해방을 맞았습니다.

그 때 나이가 열여덟이었습니다.

60년 전에 청운의 꿈을 안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50년 전에는 연세대학교의 교무 처장이었습니다.

50년 전에는 어머님, 아버님이 다 살아계셨고

나의 누님도 건강하였습니다.

50년 전에는 친구 이근섭과 저녁 먹고 나서는 함께 꼭 산책하였고,

제자 최영순은 건강하고 공부 잘 하는 대학생이었는데 나만 두고 다들 떠났습니다.

“낙엽을 밟으며” 돌아오지 않는 그들을 나는 이 가을에 그리워합니다.

산다는 것이 몹시 서글프게 느껴집니다.

찰스 램(Charles Lamb)과 함께 이렇게 읊조립니다.

“All, all are gone, old familiar faces”

오늘은 여기 살아있지만 내일은 이곳을 떠날 겁니다.

그래서 나는 내 가까이 있는 소수의 사람들을

오늘

최선을 다해 사랑하리라 마음먹고 있습니다.

세월이 이렇게 빠르다는 것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정말 무서운 건 세월입니다.

 

[운영자 주] 김동길 교수님의 글입니다. 김정국 목사님께서 보내주셨습니다.

Comment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50 며느리넋두리 [퍼온글] 김동욱 2016.09.08 2086
49 며느리 시 [퍼온글] 김동욱 2016.09.08 2141
48 [동영상] 손흥민 2골 + 1 도움 김동욱 2016.09.10 2155
47 [동영상] 저를 부끄럽게 만든 어린이 김동욱 2016.09.13 1734
46 즐거운 추석 맞으세요!!!!!!! 김동욱 2016.09.13 3938
45 [동영상] 즐거운 추석 맞으세요!!! 김동욱 2016.09.14 1726
44 [동영상] 한가위 김동욱 2016.09.14 1724
43 [동영상] 우리 어머니 김동욱 2016.09.14 2097
42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김동욱 2016.09.14 1977
41 ☆참으로 좋은 귀한인연☆ 김동욱 2016.09.20 1796
40 내 나이 뒤돌아 보며 김동욱 2016.09.21 2100
39 폄하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김동욱 2016.09.22 1707
열람중 세월처럼 무서운 건 없다 김동욱 2016.09.23 1816
37 조정칠 목사님의 책 "어머니 기도학" 김동욱 2016.09.24 1944
36 네가 힘이 들 때 [전송받은 글] 댓글+1 김동욱 2016.09.25 2129
35 고정 관념 [전송받은 글] 김동욱 2016.09.27 2038
34 19세 과부 이야기 [전송받은 글] 김동욱 2016.09.27 4735
33 人生에는 3개의 통장이 있다 [전송받은 글] 김동욱 2016.09.28 1750
32 기도하는 사람은... [전송받은 글] 김동욱 2016.09.28 1652
31 고향 생각이 납니다. [전송받은 글] 김동욱 2016.09.30 20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