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졸 출신 머슴을 목사 만들기

이계선 0 2,822 2016.10.24 21:53

국졸머슴도 목사가 될수 있습니까?


 

“부자와 천재를 좋아하는걸 보면 목사님도 뉴라이트목사인 모양 이죠?”

“지난번 ‘이철승보다 잘난 부자이승룡‘ ’바보목사의 수제자가 된 천재지홍해‘를 쓴걸 보고 그러는군요. 그래서 이번에는 머슴이야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첫 목회지 석암3년을 끝내고 부여군 내산면 천보교회로 옮겼다. 30여호의 산속마을인데 교사가 10여명, 알아주는 선비촌이었다. 40일기도 후라서 1년동안 아침은 금식하면서 계시록을 매일 한번씩 통독했다. 예배시간마다 설교소리 찬송소리 기도소리가 여간 뜨겁고 시끄러운게 아니었다. 새 목사 왔다고 동내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런데 정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뒤로 돌더니 강대상문을 열어 제치는 것이었다.

“야, 목사 나와라. 조용한 선비마을을 시끄럽히는 미친목사놈을 끌어내리자”

신영복장로가 뛰어나가 사정을 했다. 면장을 지낸 장로님은 동내어른이셨다.

“새로 온 목사가 좀 무식하고 목소리가 커서 그러니 참고 이해를 해줘”

그러자 그들은 예배가 없는 날 사택으로 쳐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얀노인이 다가오더니 뺨을 때렸다. 오른 뺨을 돌려댈까? 하다가 노인을 사무실로 끌고 들어가 방언안수기도로 혼쭐을 내준후 쫓아버렸다. 동내이장도 쳐들어왔다. 이장님 안으로 들어오시죠. 들어오자마자 ‘이놈 무릅꿇어!’ 뇌성벽력에 놀란 이장이 무릅을 꿇자, 달려들어 역시 방언안수기도로 혼구멍을 내줬더니 혼비백산 삼십육계.

며칠후에 하얀노인이 죽었다. 베드로의 저주를 받고 죽은 아나니아와 삽비라 생각이 낫지만 가슴 아팠다. 심방을 가는데 밭에서 일하던 이장이 낫을 들고 달려왔다. 코 앞까지 다가와, 도망칠까 말까? 위기일발인데 넙죽 절을 하는 것이었다.

“목사님 그간 안녕히 지내셨습니까?”

노인의 며느리가 교회로 나왔다. 이장의 큰딸은 후에 목사사모가 됐다. 평화.

동내를 평정(?)하자 광개토대왕처럼 영토를 늘리려 주변정복에 나섰다. 목요일 밤마다 인근마을로 야간전도를 나갔다. 도둑고양이처럼 어둔 밤길을 밟아가며 동내한가운데 느티나무 아래로 집결했다. 연속극도 끝나 집집마다 불이 꺼지고 잠자는 시간이다. 60명이 손을 들고 주여! 삼창을 외쳤다. 꿈결에 들려오는 죽여! 불이야! 소리에 놀란 마을사람들이 물통과 쇠시랑을 들고 느티나무로 달려왔다. 우물쭈물하다간 몰매 맞아 죽는다. “이기쁜 소식을 온 세상 전하세.... 성신이 오셨네”를 불렀다. 화가 난 마을사람들이 어리둥절하다가 따라 부를 때까지 손벽을 쳐가면서 반복해서 불렀다. 어둠속에 숨어있던 보름달이 구름을 헤치고 얼굴을 들어내면 나는 빌리그래함처럼 멋지게 전도설교를 했다. 어느 마을에서는 12명이 회심하기도 했다. 추석대목에는 프래카드를 들고 15리를 걸어 홍산시장을 찾았다. 12명의 여자집사님들과 버스로 50리를 달려 부여까지 원정을 가기도 했다. 낙화함 바위에 올라 나는 의자왕처럼 회고에 젖고, 여집사님들은 꽃처럼 떨어져간 삼천궁녀를 생각하면서 흐르는 백마강물결에 여심을 띄워 보내곤 했다.

그때 대촌마을에서 나오는 머슴이 있었다. 이종원. 본인이 부끄러워 할지 몰라 가운데글자를 살짝 틀리게 부른다. 초등학교 4년중퇴. 얼굴과 키가 코미디언 김병만을 닮았다. 머슴이라 밤예배만 나왔다. 예배시간에 대느라고 저녁도 안 먹고 30분을 달려왔다. 세례를 받고 싶은데 문제가 생겼다. 세례조건으로 십일조, 주일성수, 목사에게 선물하기가 있기 때문이다. (선물이래야 학생은 볼펜 어른은 넥타이한개).

“선물도 드리고 10일조도 하겠습니다. 주일성수만은 어쩔수 없으니 봐 주십시오”

“그럼 세례 받지 말고 평생 머슴노릇이나 하며 살게나”

시골에서는 장로님도 주일성수가 힘들다. 그런데 머슴이 어떻게 주일성수를 한단 말인가? 더구나 이종원의 주인댁은 악귀로 가득찬 복마전이었다. 대학을 나온 미녀딸이 목을 매어 자살했다. 일년후 같은날 같은 시각에 큰아들이 농약을 마시고 자살했다. 처자식이 있는 교사였는데. 종원이가 기거하는 사랑방에서 예배를 드리면 악귀들이 달려들어 기도 찬송이 힘들었다. 그래도 머슴이라고 봐 줄수가 없었다.

종원이는 밤마다 교회로 달려와 밤새워 부르짖었다. 추수감사가 있는 주일. 세례 받는 날이었다. 종원이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그런데 놀랍게도 종원이가 나왔지 않은가? 반갑다기 보다 가슴이 더 찢어저 내렸다. 세례받기 위해 머슴생활을 그만둔게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종원이는 이런말을 했다.

“밤새철야기도를 계속해도 길이 없었습니다. 할수없이 사표를 냈습니다. ‘주인영감님, 저 세례받기위해 머슴생활 그만두겠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세례받게 해줄테니 머슴일 계속해’ ‘영감님이 몰라서 그러시는군요. 세례받으면 주일날 아무일도 안해야합니다’ ‘그럼 아무일도 하지말게. 내 들으니 세례교인들은 10일조를 내야 한다며. 자네세경으로 주던 일년 쌀10가마에 쌀한가마를 더주어 십일조하게 돕겠네’”.

이종원처럼 멋진 머슴을 처음 봤다. 주일이면 그는 Never on Sunday를 부르면서 교회로 향했다. 초등학교도 졸업못한 머슴이 중고등부교사가 됐다. 부여군 연합집회에서는 찬송인도 일등이다. 물론 곡목이 “이기쁜 소식을...” 이지만.

“목사님, 초등하교를 중퇴한 머슴도 목사가 될수 있습니까?“

“그럼, 무디는 구두수선공 출신인데 부흥사 대학총장까지 됐는 걸”

목회무용담이 교단본부까지 알려져 난 일년후에 부산으로 차출당했다. 얼마후 종원이가 따라왔다. 머슴 그만두고 신학교를 알아보니 초등중퇴로는 구경도 못한다는 것이다. 마산에서 삼남신학교를 하는 감리교친구 구동태목사에게 보내면서 전화. 신학생 하나 받아주시오. 실력이 월등하니 무시험합격이라야 합니다. 며칠후 연락. 좋은 학생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쇄소에서 숙식이 해결돼 3년과정을 졸업했다. 그런데 정규신학교 편입이 불가. 중학교졸업장이 있어야한단다. 서울에서 목회하는 나는 그를 불러 전도사직을 주었다. 종원이는 매일 8시간짜리 고려학원 검정고시반에 다녔다. 10개월만에 중등검정고시에 합격했다. 내친김에 6개월을 더 다녀 고등학교 졸업장도 따냈다. 대학인가 난 협성신학교를 들어가더니 협성대학원을 졸업했다. 지금은 감리교 정회원목사가 됐을것이다. 머슴출신 이종원이가 부럽다. 난 감리교신학교를 1년밖에 못 다녔는데 그는 대학원까지 나왔으니 말이다. 아, 옛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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