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목사님께서는 목회자들이 돈 때문에 실족하는 것을 보시고 무척이나 안타까워 하셨습니다. “목사들이 왜 돈을 탐해?”, “목사들이 왜 자기 이름으로 된 것을 가지려고 기를 쓰는지 모르겠어!”라며 한탄하시곤 하셨습니다.
“전도사님! 누구보다도 전도사님이 나를 잘 아시쟎아? 내가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쟎아? 그런데, 내가 없는 것도 없잖아?”
목사님께서는 목사님의 명의로 된 그 어떤 것도 없으셨습니다. 집도 없었고, 차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목사님 내외분께서 거처하시기에 아무런 부족함이 없는 집에서 ‘공짜’로 거주하셨습니다. 자동차도 아주 고급차를 타셨습니다. 집은 자녀들의 소유였고, 자동차도 목사님 내외분께서 쓰시도록 자녀들이 마련한 것이었습니다. 목사님 내외분께서는 돈 한 푼 내지 않으시고, 그냥 사시면 되는 집이었고, 그냥 쓰시면 되는 자동차였습니다.
목사님께서는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시곤 하셨습니다. “목사들은, 주의 종들은 하나님의 일만 열심히 하면 돼! 그러면, 하나님께서 책임을 져 주셔! 책임을 져 주시는 모양은 달라도, 책임을 회피하지는 않으셔! 나의 경우에는 아이들에게 물질의 복을 주셔서, 우리 내외가 부족함 없이 살게 해 주고 계셔!” 라셨습니다. “목사들이 자기 이름으로 된 것을 가지려고 하면, 쓰러져!” 라고 경계하셨습니다.
목사님!
목사님께서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분이셨습니다. 앞을 거의 보지 못하시면도 많은 책을 쓰셨습니다. 뉴욕 펜스테이션 구내에 서 있는 큰 기둥은 보지 못하시면서도, TV로 축구 중계는 보셨습니다. 오죽했으면 사모님께서 저에게 “김 목사님! 우리 목사님 앞이 안 보인다고 하시는 것, 뻥 같죠?” 라셨습니다.
거의 시력이 없으신 분께서 컴퓨터를 이용해 타이핑을 하셔서 원고를 작성하셨습니다. 목사님께서 보내주신 원고의 교정을 보면서, “아니, 언제 이 글을 다 쓰셨지(타이핑 하셨지?)?” 하면서 매번 놀라곤 했습니다.
목사님의 시력 - 거의 시력이 없으시다 - 으로 어떻게 TV의 축구 중계를 보시는지 저는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사모님께서도 이해가 되지 않으셨기에 “뻥 같죠?” 라고 물으셨을 것입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생선구이를 드시면서, 어떻게 뼈를 다 발라내시는지, 아무리 이해를 하려고 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한 번도 가시에 찔리신 적이 없으셨습니다. 적어도 저랑 같이 식사를 하실 때는 그랬습니다. 가족들 빼고는, 저랑 가장 많이 식사를 하셨을 텐데 말입니다.
목사님!
목사님께서는 교인들에 관한 좋지 않은 이야기를 절대 하지 않으셨습니다. 언젠가 A - 목사님께서 담임하셨던 교회의 교인이었습니다 - 가 자신에 관한 아픈 이야기를 저에게 했었습니다. 얼마 후 제가 목사님에게 “목사님! A에게 이러이러한 어려움이 있었다면서요?” 라고 여쭈었을 때, 목사님께서는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인데...” 라셨습니다. A의 말로는 그 일이 작은 일이 아니었습니다. 담임목사님께서 모르셨을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목사님께서는 저에게 “나는 전혀 모르는 일” 이라고 하셨습니다.
목사님의 대답을 듣고, ‘왜 목사님께서 나에게도 말씀을 안 하시지?’ 라는 생각이 든 게 아니라 ‘아! 목사님께서는 나의 아픔도 지켜 주시겠구나!’ 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무슨 말만 들었다 하면,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는 요즘의 목사들이 배우고 실천해야 할 좌우명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사님!
하나님 나라에서, 먼저 하나님 나라에 간 성도들과 함께 마음껏 주님을 찬송하고 계실 목사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