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표절요? 다른 것도 아니고 영의 양식을 도둑질해서 먹이는 것과 같은데... 절대로 용납할 수 없습니다."
"설교 표절요? 설교가 표절 아닌 것이 있습니까? 언젠가... 책에서 읽은 내용도 포함되어 있고, 누군가의 설교에서 들은 내용도 포함되어 있고... 책 이름, 저자, 설교자 그걸 다 기억하고 있는 사람 있습니까? 어디에서 읽었는지, 누구의 설교에서 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출처를 어떻게 밝힙니까?"
"엄밀한 의미에서 창작 설교는 없습니다. 누군가 썼던 글에 포함되어 있는 내용이고, 누군가 했던 설교 중에 들어 있는 내용입니다. 어디에서 읽었건, 누구에게서 들었건, 완전히 자기의 것으로 만들어서 전달하면 됩니다."
설교 표절을 바라보는 대표적인 시각들이다.
20년 전 쯤의 이야기다. "성경에 기록된 내용을 믿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았었다. "안 믿습니다."라고 답했었다. 질문을 한 사람이 깜짝 놀랐다. "성경의 기록을 믿지 않으면서 매일 새벽 기도회에 나가세요?"라고 묻기에 "내가 믿을 수 있는 기록이라면, 그건 사람의 책입니다. 성경은 하나님의 책이기에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습니다"라고 답을 했었다.
내가 강도사가 되고나서 예배 시간에 설교를 하게 됐을 때, 이 예화(?)를 사용했었다. 헌데... 얼마 전에, 내가 했던 이야기를 아주 오래 전에 터툴리안이 했던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년 전의 나는 터툴리안이라는 사람이 있었는지도 몰랐을 때였다. 그러니 그 사람의 글을 단 한 줄도 읽어본 적이 없었다. 강도사 시절에 그 예화를 설교에 사용했을 때는 터툴리안은 알고 있었지만, 내가 했던 이야기를 터툴리안이 했었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그걸 몰랐으니 출처를 밝혔을 리가 없다. 나의 사정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나를 '표절을 한 설교자'로 몰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정보와 지식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수 많은 정보와 지식들이 머리 속을 파곤 든다. 내가 선별해서 정보와 지식을 받아들이는 것도 아니다. 특별히 시간을 내어 노력해서 습득하는 정보와 지식도 있지만, 그냥 들어오는 것들도 많다. 그런 것들이 더 많을 수도 있다. 내가 직접 얻은 것들도 있지만, 누군가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얻는 것들은 아예 출처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누군가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때마다 출처를 물을 것인가?
며칠 전에 어느 목회자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표절요? 다 해요. 우리는 표시가 안나게 하고, 이규섭 목사는 표시가 나게 해서 걸린 거고... 그 차이죠 뭐!" "다"는 아닐지라도 많은 목회자들이 표절 설교를 하고 있을 것이다. 남의 글에서 읽었거나, 다른 사람의 설교에서 들은 이야기를 자기의 생각이나 묵상으로 착각하며, 자기는 표절 설교를 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는 목회자들도 있을 것이다. 자기가 인식했던 못했건, 다른 사람이 썼거나 했던 설교를 출처를 밝히지 않고 사용했다면, 그것도 분명 표절이다. 표절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을런지도 모른다.
혹 내가 표절 설교를 옹호하고 있는 것으로 곡해하는 사람은 없기 바란다. 나는 표절 설교를 반대한다. 하지만, 인식하지 못하는 표절 설교가 있을 수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경우는 드물다.
목회자들이 먼저 말을 꺼낸다.
지금껏 나와 이야기를 나눈 목회자들의 거의 전부는, 설교 표절에 관하여 관대했다.
'극히' 관대했다는 표현에 어울리는 목회자들도 제법 있었다.
"방송에 설교를 내보내지 않아야 합니다."
"교회 홈페이지에 설교를 왜 올립니까?" 라고 말한 목회자들도 있었다.
방송에 설교를 내보내고, 교회 홈페이지에 설교를 올리기 때문에, 사람들이 다른 목회자들의 설교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설교 표절'이 드러나게 된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옛날, 목회자들이 설교 몇 편 들고, 이 동네 저 동네 돌아다니면서 같은 설교를 수 없이 되풀이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던(문제가 될 수 없었던) 그 시절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느 목사님께서 보내주신 짧은 글이 생각난다.
"뉴욕, 뉴저지 목사들 쓰레기 같을 정도로 설교 문제 심각합니다"
행사를 주최(주관)하는 곳에서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 몇 장을 카톡으로 전송받아, 현장에서 취재한 기자가 쓴 기사를 적당히 베껴서 '기사'를 작성한다.
설교 표절만 나쁜 게 아니다.
기사 표절 또한 나쁘긴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