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보다 더 높은 목사들

김동욱 0 2,067 2016.09.17 16:51

가끔 식(式)을 겸한 예배에 초청을 받는다. 선교 단체의 창립 기념 예배, 교회의 창립 기념 예배, 신학교의 졸업(개강, 종강)예배 등에 초대를 받아 예배를 드린다. 이와 같은, 식(式)을 겸한 예배에 참석하여 예배를 드리다 보면, 종종 황당한 경험을 하게 된다. 봉헌 기도와 축도를 맡은 목사들의 본분을 망각한 행동을 종종 접하게 된다.

봉헌 기도는 헌금을 위한 기도이다. 예배를 위한 대표 기도가 아니다. 헌데, 대표 기도보다도 더 길게 봉헌 기도를 하는 목사들이 제법 많다. 단체의 대표자를 치켜 세우고, 전세계의 선교지를 순례하고, 예배 후의 순서까지 다 언급을 한다. 그건 봉헌 기도가 아니다.

장황한 봉헌 기도보다도 더 황당한 것은, 아니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것은, 축도를 하러 나와서 연설을 하는 목사들이다. 이런, 식(式)을 겸한 예배의 축도자는, 그 단체의 장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목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재정적인 후원자이거나, 사제지간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선배 목사이거나, 소속 교단에서 높은 감투를 썼거나 쓰고 있는, 대개의 경우에 나이가 많은 목사가 축도를 맡는다. 어떤 이유로 축도를 하게 됐건, 축도만 하면 된다. 헌데, "축도를 하기 전에 잠깐 몇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라면서 일장연설을 하는 목사들이 제법 많다. 그런 목사들에게 묻는다. 예배를 누구에게 드리는지나 알고 있느냐고... 예배는 하나님께 드린다. 목사가 아니라도,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유치부에 속해 있는 어린이도 안다. 그러니, 축도를 하러 나온 목사가, 예배를 누구에게 드리는지를 모를 리는 없다.

그런데, 목사가 예배를 중단시켜 놓고 연설을 시작한다. 내가 연설이라고 표현했지만, 실상은 자기 이야기 하는 거다. 자기 자랑 늘어 놓으려고, 예배를 중단시킨 것이다. 예배를 중단시켜 놓고, 그 목사가 하나님께 이렇게 말한 것이다. "하나님! 제가 지금 이 사람들한테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이야기를 마칠 때까지 잠자코 계세요! 아시겠어요? 제 이야기 다 하고 나서, 그리고 나서 예배를 드릴께요. 아셨죠?" 그렇게 건방을 떨고 있는 것이다. 대단한 목사이다. 하나님에게 기다리라고 명하는, 하나님보다 더 높은 목사이다.

그런 목사가 하는 축도를 하나님께서 받으실까? 절대로 받지 않으실 것이다. 그런 축도를 받지 않으시는 하나님께서 예배의 다른 부분은 받으실까? 글쎄다!!! 그러면? 그곳에서 같이 예배드린 많은 회중들은? 결국 그 목사 때문에, 하나님께 예배를 드린 것이 아니라 시간만 낭비하고 헛고생만 한 것이다. 그 목사 때문에...

예배는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드려야 한다. 순서를 맡은 사람이건, 같이 예배를 드리는 회중이건, 가장 낮아진 마음으로, 하나님 앞에 나아가지 않으면 그 예배는 열납되지 않는다. 열납되지 않으면, 식(式)은 될 수 있겠지만, 예배는 아니다.

축도를 맡은 목사들에게 부탁한다. 꼭 해야할 이야기가 있으면(사실 꼭 해야할 이야기가 있을런지 모르겠으나), 축도를 마치고 나서 하라고...

[필자 주] 2015년 9월 17일에 쓴 글입니다.

Comment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1 회장단 선거, 러닝 메이트 제도 도입해야 댓글+1 김동욱 2016.12.03 3499
20 이만호 후보를 지지한다 김동욱 2016.10.22 3572
19 듣지 못하는 안타까움 김동욱 2016.10.22 4082
18 뉴욕교협, 선관위원들은 엄정한 중립을 지켜야 한다!!! 김동욱 2016.10.22 3015
열람중 하나님보다 더 높은 목사들 김동욱 2016.09.17 2068
16 뒷북 치는 이야기 - 뉴욕교협에 바란다 김동욱 2016.09.10 3189
15 몰라서? 귀찮아서? 김동욱 2016.09.08 2295
14 카카오톡 대화 김동욱 2016.08.24 3338
13 장소를 구분해야 김동욱 2016.08.24 4728
12 유감(遺憾) 셋 김동욱 2016.08.24 3093
11 "하나님의 뜻" 찾기 (1) 김동욱 2016.08.24 4048
10 성령님께서 동행하시는 여행 김동욱 2016.08.24 1779
9 지우지 말자!!! 김동욱 2016.08.24 3946
8 눈을 밝혀주신 하나님 김동욱 2016.08.24 3123
7 하나님은 살아계세요!!!" 김동욱 2016.08.24 4400
6 가장 소중하고, 가장 두려운 하나님 김동욱 2016.08.24 1861
5 새해의 바람들 댓글+1 김동욱 2016.08.24 4897
4 신학교 졸업 관련 씨리즈를 마치며 김동욱 2016.08.24 3866
3 신학교 입학 후에 바뀐 목회자에 대한 인식 김동욱 2016.08.24 2855
2 신학교 후배들에게 하는 조언 댓글+1 김동욱 2016.08.24 6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