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보다 더 높은 목사들

김동욱 0 2,053 2016.09.17 16:51

가끔 식(式)을 겸한 예배에 초청을 받는다. 선교 단체의 창립 기념 예배, 교회의 창립 기념 예배, 신학교의 졸업(개강, 종강)예배 등에 초대를 받아 예배를 드린다. 이와 같은, 식(式)을 겸한 예배에 참석하여 예배를 드리다 보면, 종종 황당한 경험을 하게 된다. 봉헌 기도와 축도를 맡은 목사들의 본분을 망각한 행동을 종종 접하게 된다.

봉헌 기도는 헌금을 위한 기도이다. 예배를 위한 대표 기도가 아니다. 헌데, 대표 기도보다도 더 길게 봉헌 기도를 하는 목사들이 제법 많다. 단체의 대표자를 치켜 세우고, 전세계의 선교지를 순례하고, 예배 후의 순서까지 다 언급을 한다. 그건 봉헌 기도가 아니다.

장황한 봉헌 기도보다도 더 황당한 것은, 아니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것은, 축도를 하러 나와서 연설을 하는 목사들이다. 이런, 식(式)을 겸한 예배의 축도자는, 그 단체의 장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목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재정적인 후원자이거나, 사제지간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선배 목사이거나, 소속 교단에서 높은 감투를 썼거나 쓰고 있는, 대개의 경우에 나이가 많은 목사가 축도를 맡는다. 어떤 이유로 축도를 하게 됐건, 축도만 하면 된다. 헌데, "축도를 하기 전에 잠깐 몇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라면서 일장연설을 하는 목사들이 제법 많다. 그런 목사들에게 묻는다. 예배를 누구에게 드리는지나 알고 있느냐고... 예배는 하나님께 드린다. 목사가 아니라도,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유치부에 속해 있는 어린이도 안다. 그러니, 축도를 하러 나온 목사가, 예배를 누구에게 드리는지를 모를 리는 없다.

그런데, 목사가 예배를 중단시켜 놓고 연설을 시작한다. 내가 연설이라고 표현했지만, 실상은 자기 이야기 하는 거다. 자기 자랑 늘어 놓으려고, 예배를 중단시킨 것이다. 예배를 중단시켜 놓고, 그 목사가 하나님께 이렇게 말한 것이다. "하나님! 제가 지금 이 사람들한테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이야기를 마칠 때까지 잠자코 계세요! 아시겠어요? 제 이야기 다 하고 나서, 그리고 나서 예배를 드릴께요. 아셨죠?" 그렇게 건방을 떨고 있는 것이다. 대단한 목사이다. 하나님에게 기다리라고 명하는, 하나님보다 더 높은 목사이다.

그런 목사가 하는 축도를 하나님께서 받으실까? 절대로 받지 않으실 것이다. 그런 축도를 받지 않으시는 하나님께서 예배의 다른 부분은 받으실까? 글쎄다!!! 그러면? 그곳에서 같이 예배드린 많은 회중들은? 결국 그 목사 때문에, 하나님께 예배를 드린 것이 아니라 시간만 낭비하고 헛고생만 한 것이다. 그 목사 때문에...

예배는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드려야 한다. 순서를 맡은 사람이건, 같이 예배를 드리는 회중이건, 가장 낮아진 마음으로, 하나님 앞에 나아가지 않으면 그 예배는 열납되지 않는다. 열납되지 않으면, 식(式)은 될 수 있겠지만, 예배는 아니다.

축도를 맡은 목사들에게 부탁한다. 꼭 해야할 이야기가 있으면(사실 꼭 해야할 이야기가 있을런지 모르겠으나), 축도를 마치고 나서 하라고...

[필자 주] 2015년 9월 17일에 쓴 글입니다.

Comment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40 뉴욕 교협 변화의 시작은 제43회기 김홍석 회장으로부터? 김동욱 2017.06.03 3688
39 설교 표절에 대한 나의 생각 댓글+2 김동욱 2017.05.16 6951
38 강단까지 이어진 경사로 김동욱 2017.04.09 4691
37 "교회의 결정"이 아닌 하나님의 뜻 따라야 댓글+1 김동욱 2017.03.18 3166
36 "성경으로 돌아가자!" 실천 요강 필요 댓글+1 김동욱 2017.03.17 3904
35 라이드를 부탁했을 때의 배려 김동욱 2017.02.18 2989
34 각도(各禱) 김동욱 2017.01.28 3627
33 [속보] 한규삼 목사 청빙 건, "압도적인 지지"로 충현교회 공동의회 통과 김동욱 2017.01.22 3709
32 생일 케익을 쓰레기 통에 넣으신 사모님 김동욱 2017.01.12 7196
31 [속보] 뉴저지 초대교회 한규삼 목사, 서울충현교회 청빙 받아 댓글+4 김동욱 2017.01.08 8976
30 뉴욕목사회, 선거 심판 제도 마련 시급하다! 김동욱 2017.01.07 4055
29 우리, 같이 고쳐보자! 우리, 같이 지켜보자! 김동욱 2017.01.07 3785
28 뉴욕목사회의 2016년 12월 26일 자 이메일에 대한 (고발인 측의) 반박 성명서 김동욱 2017.01.04 3375
27 뉴욕목사회, "문석호 부회장의 당선을 번복할 이유를 발견하지 못했다" 김동욱 2016.12.29 3625
26 문석호 부회장 고발 건, '임병남 팀'에게 맡겨야!!! 댓글+2 김동욱 2016.12.23 3976
25 PCUSA 한미동부노회와 필그림교회, 둘 다 패자 댓글+1 김동욱 2016.12.16 5697
24 문석호 목사, 뉴욕목사회 부회장 사퇴해야 댓글+9 김동욱 2016.12.14 8906
23 필그림교회, 이제 떠나야 할 때 김동욱 2016.12.10 3796
22 임기 개시일과 취임식 날짜를 일치시키자! 댓글+1 김동욱 2016.12.03 3954
21 회장단 선거, 러닝 메이트 제도 도입해야 댓글+1 김동욱 2016.12.03 34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