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피 뉴저지 주지사가 오는 5월 2일부터 뉴저지에 있는 공원들과 골프장의 재개장을 허용하는 서류에 서명을 했단다. 철딱서니 없는 목회자들이 골프장으로 달려갈 것만 같아 걱정이 된다. 아무리 몸이 근질거려도, 모든 사업장의 영업이 재개되기 전에는, 목회자들은 골프장에 나가서는 안된다. 그것은 COVID-19으로 인하여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인들의 고통을 분담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교인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도 하다." 지난 4월 29일(수)에 쓴 일기의 일부이다.
위의 일기를 쓰던 날, 내 짐작이 100% 맞을 거라는 확신을 하면서도, 제발 내 예상이 틀리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이 있었다. 헌데, 간절한 나의 바람과는 달리, 내 짐작이 맞았다.
목사도 똑같은 사람이고, 골프도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스포츠인데, 왜 목사들이 골프를 치는 것에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느냐고 반문할 사람이 있을 것 같다. 골프에 목숨을 거는 목회자들의 수가 적지 않으니 말이다.
목사도 사람이고, 골프도 스포츠라는 말에 100% 동의한다. 나는 골프를 치지 못하지만, 목사들이 골프를 치는 것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헌데, 지금은 목회자들이 골프를 칠 때가 아니다. 목회자들은 COVID-19의 극복을 위하여 기도할 때이다.
교회에서 예배도 드리지 못하는 때이다. 이런 와중에 골프를 치겠다는 생각을 하는 목회자라면, 당장 목회를 그만 두는 것이 좋다. 나를 향해 막말을 한다고 대들 사람이 있을런지 모르겠다. 이 판국에 골프장을 찾을 정도의 목회자라면, 무뢰한이나 다름 없다. 그런 사람들을 향하여 거친 말을 좀 하기로서니 뭐가 그리 대수인가?
교인들이 영업장의 문을 닫고 있다. 한푼도 벌지 못하면서, 렌트비를 내야 한다. 그러면서도 교회에 헌금을 한다. 하나님의 교회를 지키기 위해서이다. 교인들 중에는 직장에 출근도 못하면서, 정부에서 주는 혜택도 받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수입이 제로이다. 그런 교인들의 입장과 형편을 눈꼽만큼만 생각해도 골프장에 갈 생각은 못할 것이다.
'저는 갈 생각이 없었는데, 사람이 모자란다고 사정사정 해서...' 도둑질을 할 생각이 전혀 없는데, 누군가가 도둑질을 같이 할 사람이 없으니 같이 도둑질을 하자고 하면, 같이 도둑질을 할 것인가?
'장로님이 같이 가자고 하시는데 차마 거절할 수가 없어서...'
나는 평신도들의 마음을 잘 안다. 평신도들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목사는 아닐 수 있지만, 평신도들의 마음을 많이 아는, 평신도들의 마음을 정확히 아는 목사들 중의 하나이다. 내가 평신도였었다가 목사가 되었으니까...
어느 장로가 자기 교회의 담임 목사에게 '목사님, 제가 표를 구해 놓았는데, 같이 골프장에 가시지요!' 라고 했을 때, 그 담임목사가 '장로님, 고맙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제가 골프장에 가는 것이 온당치 않을 것 같습니다' 라는 답을 하면, 그 장로가 기분 나빠 할 것 같은가? 아니다! 100% 아니다. 그 장로는 자기 담임 목사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고, 존경하게 된다. 평신도들은 그런 담임 목사를 원한다.
오랫동안 골프를 치지 못했으니 몸이 근질근질할 것이다. 몸이 근질거리는 사람들이 골프를 치지 못하는 목회자들 뿐이겠는가?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같은 처지에 있다. 모든 운동 시설이 문이 닫혀 있으니 말이다.
참기 힘들어도, 눈만 감으면 눈앞에 골프공이 왔다갔다 하고, 파란 잔디가 눈 앞에 아른거려도, 교회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되기 까지는, 목회자들은 골프장에 나갈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교인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같이 나누고, 교인들의 고통에 동참하는 일이다. 교인들의 형편에 아랑곳하지 않는 목회자라면, 그 사람은 더 이상 목회자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