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6일 월요일

김동욱 0 3,821 2018.08.06 03:32

눈이 떠져 시계를 보니 2시 42분이었다. 일어났다. 1시간이라면 모를까, 10분 정도 더 자려고 다시 눈을 감을 필요는 없었다. 준비를 마치는 데 30분 정도가 소요됐다.

 

2순의 출발지인 은혜와평강교회(담임 김학룡 목사)에 도착하니 4시 30분이었다. 벌써 전세 버스가 와서 대기하고 있었다. 참가자들은 계속해서 짐을 날라 버스의 짐칸을 채워 나갔다. 아이들이 쓰는 말로 짐이 장난이 아니었다. 40명이 넘는 2순 참가자들의 옷가방, 침낭, 참가자들이 5박6일 동안 먹고 마셔야 할 음식과 음료수, 민속 공연등 사역에 필요한 장비 등으로 짐칸은 금세 꽉 찼다. 남은 짐은 버스 안으로 가져 갔다. 작은 짐은 선반에 채우고, 그래도 남은 짐은 빈 의자에 올려 놓았다. 

 

2순 참가자들이 열심히 짐을 싣고 있는데, 1순에서 카톡으로 메시지를 보내 왔다. "아직 버스가 오지 않았다"고... 이곳 저곳에 전화를 걸었지만 딱부러진 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출발을 늦출 수는 없었다. 도착하지 않은 버스의 재촉은 1순에 맡기고, 오전 5시 18분에 2순 참가자들을 태운 버스는 은혜와평강교회 앞을 출발했다.

 

10여 분 후에, 버스가 고속 도로에 들어 섰다. 금번의 사역을 위하여 모두가 함께 기도한 후에, 실내등을 끄고 취침 모드로 전환했다.

 

오전 8시 반 쯤, 휴게소에 들러 용무도 보고 아침 식사를 했다. 식사 후, 움직이는 버스 안에서 예배를 드리고 다시 눈을 감았다. 금세 점심 식사를 할 시간이 되었다. 식기는 했지만, 김치 찌개와 함께 야외에서 먹는 점심 식사는 제법 맛이 있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명현이와 민규에게 전화를 걸었다. 둘 다 대학방송국 후배들이다. 명현이는 위스콘신 주 밀워키 시에 살고 있고, 민규는 일리노이스 주 시카고 시에 살고 있다. 명현이는 3년 후배이고, 민규는 10년 후배이다. 

 

명현이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김동욱이라고 합니다. 명현 씨 전화가 아닌가요?" :"아아, 네! 안녕하세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명현이 부인이었다. 언젠가 명현이네 가족 모두가 뉴욕엘 왔었다. 그 때 식사를 같이 했었다. "형님, 명현입니다." "잘 지내지?" 답이 없다. "자네 사는 곳에서 St. Croix까지가 멀어?" "거리는 문제가 아닌데 제가 요즘..." "절대로 무리하지 마!!! 우리 만나는 것은 언제고 만날 수 있으니까 치료 잘 받아!!! 알았지?" "네, 형님! 죄송합니다. 찾아 뵙지 못해서!!!" "그런 소리 하지 말고, 치료 잘 받고 꼭 회복돼야 해!" "네, 형님!"

 

무거운 마음으로 민규에게 전화를 했다. "집에서 뉴라이프교회가 멀어?" "최근에 집을 이사 했는데, 그 교회와 가깝습니다. 그런데 왜요?" "내가 오늘 그 교회에서 자!" "제가 교회로 찾아 뵙겠습니다."

 

뉴저지를 출발하여 시카고로 이동하는 도중에 슬픈 소식이 전해졌다. 3순 - 업스테이트 뉴욕 지역 - 에 참가하고 계신 보고타교회의 여성도님 남편이 돌아가셨다는 비보였다.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긴 것이 분명했다. 뭔가 좋지 않은 조짐이 있었다면, 부인되시는 여성도님께서 남편 곁을 떠나지 않으셨을 것이다. 3순에 참가하고 계셨던 보고타교회의 교우들께서는 중도에 뉴저지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얼마 후에 전해 들었다.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리고, 자고, 자고, 또 자고, 중간 중간에 예배 드리고... 그러다 보니 시카고에 있는 뉴라이프교회(담임 장춘원 목사)에 도착했다. 넓은 주차장에 제법 큰 교회였다. 우리 모두를 위해 저녁 식사를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계셨다. 김치에 돼지갈비를 넣어 끓인 내가 엄청 좋아하는 찌개였다. 막 식사를 시작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민규였다. "선배님, 교회 주차장에 와 있습니다."

 

먹던 밥을 그대로 두고, 김종국 목사님께 양해를 구하고 밖으로 나갔다.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차돌배기로 저녁 식사를 했다. 내가 쌈을 싸는 것이 불편한 것을 아는 민규가 쌈을 싸서 주었다. 식사를 하고, 장소를 옮겨 커피를 마시며 제법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간은 야속하게도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민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김종국 목사님께서 카톡으로 메시지를 보내셨다. "내일은 1순과 동행하셔야 한답니다. 우리는 6시에 출발하는데, 1순은 4시 반에 출발한답니다." 오늘도 일찍 출발했는데, 내일도 일찍 출발하라고??? 궁시렁 궁시렁... 

 

어느 덧 10시 반이었다. 뉴라이프교회로 향하는 민규의 자동차 안에서 물었다. "여기서 명현이네 집까지 얼마나 걸려?"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요" 내가 민규를 만나자마자 그걸 물었어야 했다. 그랬으면, 둘이 같이 가서 잠깐이라도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는 너무 늦었다. 서둘러도 명현이네 집에 다녀오면 새벽 3시 가까이 될 것이다. 나야 내일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자면 되겠지만, 민규는 출근해서 일을 해야 한다.

 

민규가 운전한 자동차가 뉴라이프교회 앞에 멈추었다. 내가 내리자 민규가 따라 내렸다. "선배님, 늘 건강하세요!" "자네도!" 한참을 서로 안고 있었다. "선배님, 가시다 커피 사 드세요!" 내 손에다 뭘 쥐어 준다. "그래! 잘 가!" 내 눈에 이슬이 맺혔다. 민규의 자동차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주차장에 서 있었다.

 

내일 아침에 1순과 동행하려면 짐을 챙겨야 했다. 카메라 가방, 노트북 컴퓨터가 들어 있는 가방을 챙겨 놓고, 침낭을 꺼내 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침낭에서 잠을 잔다.

 

김종국 목사님, 김학룡 목사님, 원도연 목사님과 나, 그렇게 넷이서 뉴라이프교회 성가대 연습실 바닥에 잠자리를 폈다. 칙칙폭폭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치익 폭! 푸웃 푹! 유난히 소리가 큰 기차가 있었다. 종국호인지, 학룡호인지, 도연호인지 하나님과 나는 알지만, 그걸 밝히면 내가 많이 괴로울 것 같다.

Comment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103 2019년 9월 2일 월요일 김동욱 2019.09.02 3181
1102 2019년 9월 1일 주일 김동욱 2019.09.01 3141
1101 2019년 8월 31일 토요일 김동욱 2019.08.31 3308
1100 2019년 8월 30일 금요일 김동욱 2019.08.30 3257
1099 2019년 8월 29일 목요일 김동욱 2019.08.29 3228
1098 2019년 8월 28일 수요일 김동욱 2019.08.28 3239
1097 2019년 8월 27일 화요일 김동욱 2019.08.27 3222
1096 2019년 8월 26일 월요일 김동욱 2019.08.26 3765
1095 2019년 8월 25일 주일 김동욱 2019.08.25 3280
1094 2019년 8월 24일 토요일 김동욱 2019.08.24 3247
1093 2019년 8월 23일 금요일 김동욱 2019.08.23 3228
1092 2019년 8월 22일 목요일 김동욱 2019.08.23 3240
1091 2019년 8월 21일 수요일 김동욱 2019.08.21 3250
1090 2019년 8월 20일 화요일 김동욱 2019.08.20 3117
1089 2019년 8월 19일 월요일 김동욱 2019.08.19 3118
1088 2019년 8월 18일 주일 김동욱 2019.08.18 3321
1087 2019년 8월 17일 토요일 김동욱 2019.08.17 3254
1086 2019년 8월 16일 금요일 김동욱 2019.08.16 3194
1085 2019년 8월 15일 목요일 김동욱 2019.08.15 3255
1084 2019년 8월 14일 수요일 김동욱 2019.08.14 3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