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8일 수요일

김동욱 0 3,237 2020.04.08 09:48

새벽에 일어나 전화기를 쳐다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른 아침에 일을 나가시는 분께 조심 운전 하시라고 메시지를 보내 드릴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결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COVID-19으로 인한 'STAY HOME'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많은 걱정들이 이어지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써비스 업종이 멈추어 섰을 때는 불편을 감수하며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생산 시설이 멈추어 서면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 된다. 화장지와 세정제를 구하기 힘든 것처럼, 식료품을 구하기가 힘들어진 상황을 상상해 보라! 이 상황이 길어지면 트럼프 대통령이 "중대 결정"을 해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난 결정과 포기가 빠른 편이다. 뭔가를 결정해야 할 때,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즉석에서 한다. 기독교인으로서, 목사로서 아주 나쁜 버릇이다. 기도하고 결정을 하는 게 아니라 결정을 해놓고 기도한다. 지킬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들면, 가차 없이 버린다. 버리는 데, 아니 버리기로(끊기로) 결정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이 하나 있다. 관계를 정리할 때이다. 누군가와의 관계를 정리할 때는 많이 생각하고, 많이 고민하고, 많이 망설인다. 그런 후에, 정리하기로, 끊기로 결심하면, 그 순간부터는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미운 마음 마저도 남아 있지 않다. 그냥 덤덤한 상태가 되어 있다.

 

COVID-19로 인하여 집 안에 머물기 시작한 지가 제법 됐다. 매일 외출하고, 매일 외식하고, 매일 사람을 만나고... 그랬던 내가, 밖에 나가지 못해도, 외식을 하지 못해도, 사람을 만나지 못해도, 별다른 감정의 변화도 겪지 않고 잘 지낸다. 복음뉴스에 시덥지 않은 기사(들)를 작성해서 올리고, 카톡으로 인사 나누고,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스토리로 소통하고, 책장 넘기고... 매사에 잘 적응하고, 굉장히 flexible한 편인데, 움쩍도 하지 않을 때가 있다. '아닌 것'과는 타협을 하지 못한다.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밖에도 못 나가고, 할 일이 없어서 그러는지 요사이 '퍼 나르는' 사람들의 숫자가 부쩍 늘었다. 카톡으로 들어오고, 들어오고, 또 들어오는 같은 메시지들... 그럴 시간들에 성경을 읽거나, 책을 읽거나, 다른 사람들 귀찮게 말고 잠이나 자면 좋을 것 같다.

Comment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600 2020년 3월 5일 목요일 김동욱 2020.03.05 3271
1599 2019년 9월 29일 주일 김동욱 2019.09.29 3270
1598 2020년 3월 26일 목요일 김동욱 2020.03.26 3270
1597 2019년 10월 21일 월요일 김동욱 2019.10.21 3265
1596 2020년 4월 15일 수요일 김동욱 2020.04.15 3263
1595 2020년 4월 17일 금요일 김동욱 2020.04.17 3260
1594 2019년 11월 14일 목요일 김동욱 2019.11.14 3259
1593 2019년 8월 11일 주일 김동욱 2019.08.11 3258
1592 2019년 12월 22일 주일 김동욱 2019.12.22 3256
1591 2019년 7월 10일 수요일 김동욱 2019.07.10 3255
1590 2019년 11월 22일 금요일 김동욱 2019.11.22 3253
1589 2019년 12월 24일 화요일 김동욱 2019.12.24 3252
1588 2020년 2월 11일 화요일 김동욱 2020.02.11 3252
1587 2019년 7월 24일 수요일 김동욱 2019.07.24 3250
1586 2019년 8월 19일 월요일 김동욱 2019.08.19 3250
1585 2019년 11월 20일 수요일 김동욱 2019.11.21 3250
1584 2019년 10월 31일 목요일 김동욱 2019.10.31 3247
1583 2019년 9월 5일 목요일 김동욱 2019.09.05 3244
1582 2019년 11월 2일 토요일 김동욱 2019.11.02 3244
1581 2019년 9월 27일 금요일 김동욱 2019.09.27 3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