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22일 수요일

김동욱 0 4,491 2017.11.22 14:48

전화위복까지는 아니었을 수 있다. 그러나, 좋았다. 무슨 이야긴지 궁금해 하는 분들이 계실 줄 안다. 기사로 써야할 이야기다.

 

타이밍... 잡아야 할 때보다 중요한 것은 놓아야 할 때이다. 떠나야 할 때이다. 아쉬움을 떨쳐야 할 때이다. 이러한 것들이 과거형이 되면, '놓았어야 했다, 떠났어야 했다., 떨쳤어야 했다'로 바뀌어 있으면, 이미 때를 놓쳤을 수도 있다. 20여 년 전에 어떤 목회자가 "교회 따 먹기 축구 시합" 운운하곤 했었다. 요즘 '교회 따 먹기 재판' 소식이 들려 온다.

 

전화위복 이야기를 써야겠다. 여호수아장로교회(담임 이만수 목사)에서 오늘 11시에 "피리부는 자매"님의 연주회가 있을 예정이라는 연락을 어제 정오가 조금 못돼서 받았었다. 오늘 다른 일정이 없고, 또 집에서 가깝기도 하고, 이 목사님을 제법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고, 점심 식사도 해결할 수 있고... 해서 가방을 챙겨 자동차의 시동을 걸었다. 예배실에 들어서니 10시 45분이었다. 조용했다. 이상하네? 지금쯤 반주자와 함께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어야 할 시간인데... 카메라를 셋업하고 있는데, 이만수 목사님께서 다가오셨다. "연주자가 안와요." "왜요?"라고 물을 수가 없었다. 이유가 중요한 것도 아니니까... "중간에서 일정을 조정하는 목사님이 제가 보낸 메시지를 대충 대충 봤대요. 자기 머리 속에 잘못 입력되어 있는 일정을 믿고서요." 그 목사님은 다음 주일에 연주회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단다. 그동안 이만수 목사님이 여러 차례 보낸 메시지를 제대로 읽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단 한 차례라도 메시지를 제대로 읽었으면, 서로가 다른 날을 '연주일'로 알고 있는 것을 깨닫게 됐을테고, 그러면 오늘같은 상황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연주를 들으려고 제법 많은 교인들이 교회에 나왔다. 이웃 교회에 다니는 분들도 왔고, 인근 지역에서 목회하는 목사님들도 오셨다. 나 말고도 기자 한 분이 더 계셨다.

 

그 다음 이야기는 아래의 기사를 읽으시기 바란다.

은혜로 충만했던 여호수아장로교회의 즉석 음악회 

좋은 연주회를 준비했으니 교회에 나오라고 교인들에게 광고를 했는데, 연주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어떤 상황이 전개될까? 이웃에 살고 있는 다른 교회의 교인들도 왔고, 인근 지역에서 목회하고 있는 동료 목회자들도 좋은 연주를 듣겠다고 찾아왔는데, 연주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담임 목사는 어떠한 심정일까?

연주회가 시작되기 15분 전 쯤에 여호수아장로교회에 도착했다. 기자를 발견한 이만수 목사가 다가왔다. "연주자가 안와요!" "왜요?"라고 물을 수가 없었다. 얼마나 답답한 심정일까? 예배 시작 시간은 다 되어 가는데 아직 설교자가 도착하지 않고 있을 때 계속해서 시계를 보며 초조해 했던 기억이 났다. 그래도 그 때는 설교자가 오고 있는 중이었다. 헌데, 연주자가 안 온단다.
  
상황을 알지 못하는 교인들과 외부에서 온 손님들은 11시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앞 좌석을 바라보니 김영천 목사(필라 교협 직전 회장, 한마음교회 담임)가 보였다. 김영천 목사에게 설교를 부탁했나?

11시가 되자 이만수 목사가 단에 섰다. 찬송가 2곡을 같이 불렀다. 김영천 목사에게 기도를 부탁했다. 김 목사는 기도 중에 오늘 연주를 하기로 되어 있던 자매의 이름을 언급했다. 김 목사도 상황을 모르고 있음이 분명했다.  

이만수 목사가 단 아래에 섰다. 연주를 들으러 온 최무림 목사(체리힐 새행전교회 담임)와 지민철 목사(주님의교회 담임)를 앞으로 나오게 했다. 그 자리에서 중창단을 만드는 것이었다. 청중이 연주자로 바뀌고 있었다. 목사님은 테너, 목사님은 멜로디... 연습은 고사하고, 어떤 곡을 부를지 조차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연주회"가 시작되었다.

한 곡이 끝나면 다음 곡을 정하고, 또 한 곡이 끝나면 다음 곡을 정하고, 그렇게 9곡을 불렀다. 7곡은 중창으로 2곡은 지민철 목사가 독창으로 불렀다.

최무림 목사의 축도로 연주회를 마쳤다.

급조된, 어떠한 리허설도 없이 무대에 선 중창단이었지만, 수준급의 연주 실력을 뽐냈다. 청중들은 힘찬 박수와 큰 아멘으로 화답했다.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을 우리가 어떻게 측량할 수 있을까? 연주자가 왔으면, 세 목회자들의 은혜롭고 멋진 노래를 들을 수 없었을텐데... 그 연주자의 연주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또 오겠지만, 오늘 아름다운 찬양을 들려주었던 세 목회자들의 찬양을 또 들을 수 있을까? 다른 회중들은 어떻게 느꼈는지 모른다. 본 기자에게는 감사하고 은혜로운 시간이었다.

 

가까운 분들에게 자주 연락을 드리고 싶은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할 때가 많아진다. 할 일이 많아진 탓이니 분명 감사해야할 일이다. 그런데도 한켠에 미안한 마음이 자리하고 있다. 신대원을 졸업하고 한 달에 한 번 정도씩은 인사를 드렸던 교수님들이 계신다. 오늘 추수감사절 인사를 드리면서 뒤돌아보니 몇 달 동안을 인사를 드리지 못한 채 지내왔다. 이철수 목사님 내외분을 뵌 지도 몇 달 됐다. 이 해가 가기 전에 뵐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꼭 시간을 내어 찾아뵈어야겠다. 내가 몹쓸 놈이 되어 있다.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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