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를 푸는데, 코피가 묻어 나왔다. 내 몸이 피로를 느끼고 있다는 신호이다. 나는 코피를 내 몸의 퓨우즈라고 생각한다. 전류가 과다하게 흐르면 퓨우즈가 나가듯이, 내 몸이 혹사를 당하면 코피가 난다. 물리 치료를 받고 와서, 하던 일을 계속하려고 한다.
어제부터 몸의 상태가 조금 이상하다. 가끔 머리 부분에 통증이 느껴진다. 가슴 부분을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속이 메스껍기도 하다. 속이 메스꺼운 증세가 교통 사고 환자에게는 아주 좋지 않은 징후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속이 메스꺼운 것이 소화기 계통의 문제인지 신경 계통의 문제인지, 내가 그런 것을 짐작할 수 있는 사람은 못 되니... 병원에 예약을 해 놓았다.
갑자기, 하나님이 나를 지금 데려가신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할 것 같다. 어렸을 적에 진즉 죽었을 몸이었다. 홍수가 났을 때, 학교에서 물이 넘치는 도로 위를 걸어 집으로 가고 있을 때였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였다. 한 손이 불편하니 무릎까지 빠지는 도로 위를 걸으면서 균형을 제대로 잡을 수가 없었다. 도로 밑으로 떨어지기 직전에 누군가가 내민 손을 잡아, 목숨을 구했었다. 그 후로도, 여러 차례 목숨을 잃을 뻔한 일들이 있었다. 그 때마다 살려 주셨다. 50년 이상을 덤(?)으로 살아 왔다. 나를 언제까지 이 땅에서 살아가게 하실런지 모르지만,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며 살려고 한다.
속이 메스꺼우면 식사를 제대로 못해야 정상인데, 전혀 그게 아니다. 오늘 저녁에도 북어국에 밥을 말아 국물 한방울 남기지 않고 다 해치웠다. 지금은 커피를 즐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