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걸려오는 전화들 중에는, 연결이 되자마자 바로 음성 사서함으로 넘어가는 것들이 있다. 내가 "수신 거부" 번호로 등록을 해 놓은 번호(스팸)에서 걸려오는 전화들과, 전화를 거시는 분들이 자기 번호를 "발신 번호 차단(Restricted)" 등록을 해놓은 번호에서 걸려오는 전화들이다. 전자는 대개 광고성 전화이다. 후자는 자기 자신을 감추는 경우인데, 그런 분들의 전화를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음성 사서함에 메시지를 남겨 놓으면, 내가 전화를 드린다. 그렇지 않으면, 전화를 드릴 이유도 없고, 발신 번호가 남지 않고 "Restricted" 라고 표시되어 있기 때문에, 내가 전화를 할 수도 없다. 며칠 동안 하루에도 몇 차례씩 "Restricted" 가 남겨져 있다.
집콕 모드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자정이 지났으니, 보냈다고 쓰는 게, 바른 표현이다. 종일토록 컴퓨터를 붙들고 지냈다. 해도 해도 끝이 나지 않는 일인데, 싫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몇 년 전에 어느 집사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생각난다. 나를 "일 중독자"라고 하셨었다. 그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나는 일 자체를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