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조정칠 목사님을 기리며! (3)

김동욱 0 15 06:27

목사님!

 

그날 밤의 일을 기억하고 계시나요? ‘산 밑의 백합사역 방향에 대하여 목사님의 생각과 제 생각이 달라, 2시간이 넘도록 언쟁 - 처음에는 의논이었고, 의견 교환이었지만, 나중에는 언쟁이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을 했던 일을 요? 목사님께서는 상당 기간 동안 목사님께서 주도적으로 사역을 이끌어 가야 한다는 생각이셨고, 저는 동역하시는 목사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드려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날 밤의 언쟁이 있기 전까지는, 목사님과 저 사이에 어떠한 의견의 상이점도 없었습니다. 간혹 제가 목사님, 제 생각엔...” 하고 말씀드리면, 늘 목사님께서 그렇게 하는 게 좋겠네!” 하시곤 하셨습니다. 저는 언제나 목사님께서 리더, 저는 조력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조력자가 리더에게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으나, 결정은 리더의 몫이고, 조력자는 설사 리더의 결정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반드시 리더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에는 제가 목사님의 생각에 수긍하지 않고 계속 제 주장을 굽히지 않았었습니다. Murray Hill Station에서 시작된 의견 교환이 LIRR 기차가 New York Penn Station에 도착할 때까지 이어졌고, New Jersey Transit 열차에 탔을 때는 언쟁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목사님께서도, 저도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데서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기차는 Metro Park Station에 도착하고 있었습니다. 목사님께서는 화난 음성으로 김동욱이 많이 컸네?” 하시면서 기차에서 내리셨습니다. 저는 한 정거장을 더 가야했기 때문에, 그대로 기차에 앉아 있었습니다.

 

[필자 주 : 당시에 조 목사님께서는 뉴욕총신의 교수이셨고, 저는 신대원에 재학중인 학생이었습니다. 조 목사님께서는 강의가 있는 날에는 뉴저지 중부에 있는 Metro Park Station에서 기차를 타시고, New York Penn Station에서 내리셔서, 제가 근무하고 있는 Manhattan 32가 소재 사무실로 오셨습니다. 제가 근무를 마치면, 같이 New York Penn Station에서 Murray Hill로 가는 LIRR 기차를 타시고 학교로 가셔서 강의를 하시고, Murray Hill Station에서 LIRR 기차를 타시고 New York Penn Station에 오셔서, 다시 New Jersey Transit 기차로 갈아타시고 Metro Park Station에 내리신 다음에, 기차역에서 기다리고 계시는 사모님께서 운전하시는 자동차로 귀가하시곤 하셨습니다. “김동욱이 많이 컸네?” 라는 말씀은 제가 신대원에 다니면서 뭔가를 조금 배우더니, 목사님의 말씀에 토를 달기 시작했다는 질책이기도 했습니다. 아뭇튼 저를 책망하신 목사님께서도, 강한 질책을 들은 저도, 마음이 불편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다음 날 새벽이었습니다. 새벽 기도회에 가려고 4시가 조금 지나 자리에서 일어나 컴퓨터를 켰습니다. 목사님께서 보내신 이메일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전도사님, 부족한 종을 용서해 주세요!” 라는 제목으로 된 이메일이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아시고, 나를 가장 많이 위해 주시는 전도사님의 뜻을 받아들이지 못한 옹졸한 종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앞으로의 사역은 전도사님의 뜻대로 진행해 주십시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목사님!

 

이 세상의 어느 리더가 조력자에게 용서하여 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와 같은 표현을 써서 용서를 구하겠습니까? 용서는 리더인 목사님의 말씀을 따르지 않고, 제 생각을 고집했던 제가 목사님에게 구해야 했던 것이었습니다. 헌데, 목사님께서 저에게 용서를 구하셨습니다.

 

목사님께서는 천방지축인 저를 감싸주셨습니다. 목사님께서 낮아지셔서 저를 보듬어주셨습니다. 목사님께서는 겸손이 어떤 것인지, 진정한 가르침이 무엇인지를 몸소 행함으로 보여 주셨습니다.

 

목사님!

 

목사님께서는 저에게 한 가지라도 더 가르쳐 주시려고 무척이나 애를 쓰셨습니다. 목사님을 찾아 뵈오면, 이야기의 99%는 목사님께서 하셨습니다. 그런 목사님을 사모님께서 책망하시기도 하셨습니다. “김 목사님 오시면, 김 목사님의 이야기도 듣고 그러시지 왜 혼자만 말씀을 하십니까?” 목사님께서는 사모님께 이렇게 답변하셨다지요? “김 목사... 왔으니까, 건강한 거고... 그러면 됐지! 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어?” 목사님께서는 안부를 묻고 하는 데에 쓰는 시간이 아까우셨던 것입니다. 목사님께서는 그 시간에 한 가지라도 더 저에게 가르쳐 주시고 싶으셨던 것입니다.

 

목사님!

 

이제 더 이상 목사님의 가르침을 받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목사님께서 살아 계실 때, 더 자주 찾아 뵙고, 더 많이 배웠어야 했는데, 제가 게으름을 피웠습니다.

 

목사님! 용서하여 주십시요!

 

[필자 주 : 고 조정칠 목사님은 평생을 겸손한 목회자로 사셨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시며, 참다운 목회자상을 보여주시는 목회를 하셨다. 혜천대학교회 담임목사직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하셨다. 은퇴시 받은 퇴직금 전액을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내어 놓으셨다. 뉴욕한인목사회장직을 연임하신 유일한 목회자이다. “할 사람이 없어서 두 번 한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씀하시곤 하셨다. <소명의 사람들>, <어머니 목회학>, <어머니 기도학>, <목사는 개를 좋아 하는가?> 30여 권의 저서를 남기셨다. 712() 새벽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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