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꾸어 주시고, 고쳐서 쓰시는 하나님

김동욱 0 125 08.13 10:05

제목 : 바꾸어 주시고, 고쳐서 쓰시는 하나님

글 : 김동욱 목사 (복음뉴스 발행인)

 

나 자신을 바라보며 놀랄 때가 종종 있다. 예전의 나를 생각하면, 지금의 나의 모습은 나 스스로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나는 말을 시작하면, 끝이 없었다. 마치 노래방에 가서 마이크를 잡았다 하면, 자기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서 계속 노래를 불러대는 사람 같았다. 목소리도 컸었다. 주위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동네가 떠나갈 듯한 목소리로 혼자 계속해서 떠들어 댔었다. 그랬던 내가, 어느 때부턴가 변해 있었다. 말을 많이 하지도 않고, 말을 할 때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말수를 줄이려고, 조용한 소리로 말하려고, 내가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언젠부턴가 바뀌어져 있었다. 난 하나님께서 나를 그렇게 바꾸어 주셨다고 믿는다.

 

나는 모든 것을 내 뜻대로 해야 하는 사람이었다. 나의 계획에, 나의 생각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든 그 사람을 설득해서, 때로는 압력을 가해서 나의 뜻을 관철하곤 했었다. 그랬던 내가 나의 생각을 주장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실험 교회"를 개척하여 섬기게 되었는데, 교우들의 뜻에 따라 운영위원장을 맡게 되었다. 회의를 주재하는 의장이 되니 내 주장을 할 수가 없었다. 교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교인들이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을 때만 "제가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라고 양해를 구한 후에 내 생각을 말하곤 했었다. 그것이 습관이 되었다. 지금은 누가 나와 다른 주장을 하더라도, 거품을 물고(?) 내 주장을 하지 않는다. 그 사람의 주장이 내 생각과 달라도, 언쟁을 하거나 설전을 하는 대신에 '저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하고 침묵하는 쪽을 택한다. 이렇게 바뀌기까지 나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자리'가 나를 침묵하게 했었다. 그 '자리'는 하나님께서 주신 자리였다. 하나님께서 나를 바꾸어 주셨다.

 

우리가 하나님의 일을 하기 위해서는 준비를 해야 한다. 필요한 소양을 갖추어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준비된 자들을 쓰신다. 깨끗한 그릇을 쓰신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나는 단 한 차례도 목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말하는 '부르심(Calling)'이나 소명 의식은 나에게 전혀 없었다. 그런 것들이 전혀 없었던 나를 하나님께서는 내가 거역할 수 없는 방법을 동원(?)하여 목사가 되게 하셨다. 나름 바르게 살겠다고 발버둥을 쳤지만, 내가 살아온 삶의 자취를 보니 깨끗한 그릇과는 거리가 멀었다. 손가락질을 수없이 당할 지저분한 삶을 살았었다. 그랬던 나를 하나님께서는 목사로 만드셨다. 내가 목사가 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나를 목사로 만드셨다.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먼저 소명을 주시고 목사가 되게 하신 것이 아니라, 나를 먼저 목사로 만드시고 사명을 주셨다. 내가 한 것은 단 한가지 뿐이었다. 해야할 때 - 당시에는 알지 못했지만, 그것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다고 믿는다 - 했던 것 뿐이다. 해야할 것 같았을 때, 했던 것 뿐이다.

 

교인들이 새벽 기도회를 하자고 해서 새벽 기도회를 시작했는데,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아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혼자서 새벽 제단을 쌓았었다. 교인들이 금요찬양기도회를 하자고 해서 금요찬양기도회를 시작했는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금요일마다 혼자서 찬양하고 기도했었다. 한동안 그런 교인들이 싫고 미웠다. 하지만, 지금은 알고 있다. 하나님께서 나를 훈련시키시기 위해 그렇게 하셨던 것을... (당시에 내가 섬겼던 '실험 교회'의 대표목사님께서는 교회와 댁의 거리가 멀어 주일 설교만 담당하셨었다)

 

하나님께서는 준비된 자들을 쓰신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준비된 자들만 쓰시는 게 아니라, 쓰시고 싶은 자들을 불러 쓰신다.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어도, 망가지고, 깨지고, 더럽고, 추해도, 쓰시고자 하는 자들을 부르셔서 고쳐 쓰신다. 깨끗하게 씻어 가시며 쓰신다.

 

명심해야할 것은 하나님께서 부르실 때, 그냥 따라가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과 판단으로 이해가 되지 않아도, 이유 달지 말고, 토 달지 말고, 그냥 따라가면 된다. 아이가 아빠, 엄마가 이끄시는대로 따라가서 손해볼 일은 없지 않은가? 우리를 지으신 하나님, 우리의 아버지가 되시는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길이 우리를 사명자로 부르시는 길이요, 우리를 영원한 생명으로 인도하는 길이다. 

 

제멋대로여서 아무짝에도 쓸모 없었던 나를 택하셔서, 씻어 주시고, 고쳐 주시고, 낫게 하셔서, 귀하게 써 주시는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쓰시겠다고 손을 내미실 때, 어떤 이유도 대지 말고 주님께서 내미신 손을 잡고 따라가기 바란다. 하나님께서 내미신 손을 뿌리친 사람에겐 생명이 없다. 다른 것은 다 뿌리쳐도, 하나님의 손은 꼭 잡아야 한다.

 

완전히 망가졌던 나를 테 매어 써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너무나 크고 감사하다!

 

* 2022년 8월 1일 자로 발행된 <복음뉴스> 제15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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