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오래 전의 일이다. "화요 오찬 모임"이라는 게 있었다. 맨해튼에 근무하고 있는 교우들끼리 만나 점심 식사를 같이 하는 모임이었다. 처음에는 나를 포함하여 셋이 시작했었다. 계획을 하고 시작한 모임은 아니었다. 가깝게 지내는, 아우같은 교우 두 사람에게 "내일(화요일이었다) 점심 식사 같이 할까? 12시에, 효동각에서..."라고 내가 전화를 했었다.
다음 날 정오에 효동각(맨해튼 35th St., 5th Ave. 와 Broadway 사이,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다)에서 세 사람이 만났다. 짜장면 하나, 짬뽕 둘에 새우깐풍기와 쇠고기 탕수육을 주문했다.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교인들이 만나서 식사를 하는 자리이니, 기도를 해야 했다. H 성도가 "형님, 각도 좋지요?"라며 나의 의사를 물었다. "각도? 좋지!"
음식을 앞에 두고, 우리 셋은 각자 식사 기도를 했다.
지금까지 "각도"라는 말을 사용한 적은 없었다. 그 날 처음으로 쓴 말이었다. 아무도 써 본 적이 없는 말을 썼는데, 우리 셋 중에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식사를 하는 도중에 내가 물었다. "우리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교인들 중에 맨해튼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이 몇 분이나 돼?"
"제법 돼요!"
"그럼, 우리 매 주 화요일에 만날까?"
"좋지요!"
"그 대신 규칙이 있어. 나올 거냐고 안나올 거냐고 묻지 않기, 못나와도 못나온다고 연락하지 않기, 그냥 나오고 싶으면 나오고 나오기 싫으면 안나오기, 12시까지 도착한 사람들끼리 주문해서 식사하기, 식대는 참석자가 몇 명이건 순번대로 내기, 내가 1번이니 오늘은 내가, 다음은 H, 그 다음은 J... 만약에 식대를 낼 순번의 사람이 못나오면 그 다음 순번의 사람이, 그 사람도 못나오면 그 다음다음 사람이... OK?"
"OK!"
어떤 날은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던 때도 있었고, 어떤 날은 나 혼자서 식사를 하기도 했었다. 많은 날은 7명이 참석하기도 했었다. 제법 재미있었다.
이야기가 곁으로 샜다. 가끔 일부러 새기도 한다. 오늘은 "각도"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교인들의 모임은 식당에서 가질 때가 많다. 별실에서 만날 때와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별실이 아닌 대중석에서 교인들의 모임이 있을 때, 식사 기도를 누군가가 대표로 해야 하는가에 관하여 생각해보려고 한다.
5~6명이 모여서 식사를 하더라도, 그 중의 누군가가 일어서서 큰소리로 기도를 한다. 식사를 앞에 두고 하는 기도이지만, 한국에도 다녀와야 하고, 선교지에도 갔다와야 한다. 다녀와야할 곳도 많고, 만나야할 사람도 많다. 관심을 가져야할 일들도 많다. 요즘같은 상황에서라면, 박근혜 대통령도 나와야 하고 트럼프 대통령도 나와야 한다. 박헌철 헌법재판소장도 나와야 하고, 박영수 특별검사도 나와야 한다.
굳이 식사 기도를 그렇게 해야할 이유가 있을까? 식당 안에는 비신자들도 많이 있는데, 그들에게는 '교인들은 공중 도덕도 모르는 사람'으로 생각되어질 수도 있다. 내가 하나님께 붙들림 받기 전에, 나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나님께서 큰소리로 하는 기도에만 응답하실까? 하나님께서 대표기도에만 관심을 가지실까?
각자, 조용히 기도하면 어떨까? 그게 훨씬 좋지 않을까?
"각도"는 각자 기도(各自 祈禱)의 준말이다.